후쿠시마 오염수가 위험하길 기도하는 사람들
“IAEA(국제원자력기구)가 내놓는 후쿠시마 오염수 분석 결과마저 못 믿겠다 하면 저희도 어찌해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외계인이라도 데려와서 오염수 분석을 시켜야 하는 겁니까.”
IAEA를 못 믿겠다는 사람들 중 일부는 일본이 많은 돈을 내고 있기 때문에 IAEA에 입김이 세다는 주장을 편다. 일본이 올해 IAEA에 낸 분담금은 약 455억원으로 IAEA 예산의 7.7% 정도다. 한국이 낸 분담금은 145억원으로 일본의 3분의 1 수준이다.
이렇게만 보면 그런 주장이 맞는 것 아니냐고 할 수 있다. 그런데 IAEA 예산 분담률을 조금 더 자세히 살펴보자. 사실 일본의 분담률은 세계에서 세 번째로 많다. 그 앞에 미국과 중국이 있다. 중국은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건에 대해 “인류 전체를 위협한다” “책임있는 행동이 아니다”라며 강도높은 비판을 이어왔다. 하지만 중국이 IAEA를 불신한다는 이야기를 들어본 적이 없다. 미국도 마찬가지다. 태평양으로 방류되는 후쿠시마 오염수는 쿠로시오 해류를 타고 북미 대륙 서쪽에 도달한다. 한국보다 지리적으로 멀다고는 하지만 미국 역시 더 열을 내야 할 상황인데, 미국 정부가 IAEA를 신뢰하지 않는다는 말은 들어본 적이 없다. 원자력산업을 가진 국가들이 회원국으로 활동하는 IAEA에도 강대국의 이해관계가 지배하는 것은 어느 정도 사실이다. 하지만 여러 국가들이 눈을 부릅뜨고 지켜보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다자간 국제조직인 IAEA 틀 바깥에서 오염수 문제를 떠든다면 과연 어떤 국가들의 동의를 얻어낼 수 있을까.
여기엔 언론의 책임도 크다. 과학적 사실을 따져보지도 않고 ‘충격’ 같은 표현을 붙여가며 초점을 흐리기 일쑤다. 며칠 전 후쿠시마 제1원자력발전소 원자로 바닥에 구멍이 있다는 보도는 언론의 현실을 그대로 반영한다. 원자로 내부의 손상 정도를 파악하는 건 중요한 일이지만, 바닥에 구멍이 있다는 건 당연한 일이다. 바닥에 구멍이 났으니 오염수가 생긴 것이고 그 오염수를 어떻게 처리할 지를 몇 년 째 논의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마치 없었던 구멍이 생긴 것 마냥 한국 언론들도 ‘충격’ ‘이런데도 방류한다고?’ 라는 식의 표현을 쓰며 보도를 했다. 과학적 상식이 있으면 쓰지 않을 표현이다.
우리 식탁에 오를 먹거리와 국민 안전이 걸린 문제인 만큼 후쿠시마 오염수를 철저하게 검증하는 건 당연한 일이다. 후쿠시마 원전을 제대로 관리하지 못해 핵연료가 녹아내리고 방사능까지 유출됐으니 일본 정부의 책임을 묻는 것도 당연한 일이다. 본인들 잘못으로 발생한 오염수를 전 세계가 함께 쓰는 바다에 버리겠다는 태도도 욕 먹을 만하다. 그래도 조금 더 냉철하게 기다리며 대응 방안을 준비해보자.
IAEA는 후쿠시마 원전에서 직접 채취한 오염수 시료를 한국, 미국, 스위스를 비롯한 여러 국가들과 함께 분석 중이다. 각국 분석 결과를 기반으로 IAEA는 올해 하반기 중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에 녹아있는 방사능 물질 종류와 그 농도에 대한 최종 보고서를 낼 예정이다. 얄팍한 근거에 기반한 낭설에 휘둘릴 게 아니라 전 세계가 참여한 과학적 분석 결과를 기다리고, 그 뒤에 다른 국가들과 함께 목소리를 내면 된다. 단편적인 숫자나 편향된 정보만 가지고 음모론을 퍼뜨리는 건 국민 안전이나 생태계를 지키는 데 아무런 도움이 안 된다.
http://v.daum.net/v/20230427120057829
일부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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